3월쑥은 인진쑥, 4월쑥은 불쏘시개


쑥이 좋다고 하지만 모든 쑥이 전부 좋은 것은 아니다.

설령 좋은 쑥이라 할지라도 그 채취시기에 따라 약성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무턱대고 먹거나,뜸을 떠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인진쑥이라 불리는 쑥들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한 두번 들어본 적이 있을 법한 쑥 중에 인진쑥이 있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인진쑥은 사철쑥을 말한다. 사철쑥( Artemisiacapillaris)은 일년내내 푸르름을 유지한다고 해서 '사철쑥'이라고 불린다. 생명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쑥이지만 사시사철 푸르니 더욱 약성이 강할 것 같은 포스가 있다.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서도 사철쑥(Artemisia  capillaris)의 지상부분을 '인진호'라고  규정하고, 줄여서 인진(茵蔯)이라고 쓰고 있으니 사철쑥이 인진쑥임을 분명 확인할 수 있다. 인진쑥은 환으로 만들어져 건강식품으로 팔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인진쑥'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쑥 중에는 사철쑥이 아닌 '더위지기'도 있다.


더위지기(Artemisiaiwayomogi)는 한 여름 무더위를 이기게 해준다하여 '더위지기'라 이름붙여 졌다고 하는데, 쑥의 일종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줄기부분이 나무형태라서 풀이 아닌 나무로 보기도 한다. 이 더위지기를 인진으로 부르는 이유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더위지기를 인진이라 표현한 부분이 있어서 사철쑥과 함께 더위지기를 같은 '인진쑥'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더위지기와 사철쑥은 효능에 차이가 있으므로 사철쑥만을 인진쑥으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쯤에서 사철쑥이면 사철쑥, 더위지기면 더위지기라 부르면 될 것을 왜 '인진'이라는 별도의 명칭으로 부르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여기서 중국에서는 어떠할까를 생각해보면 혼란을 가중할 수도 있지만 한편 혼란의 원인에 접근하는 셈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사철쑥 뿐만 아니라 비쑥(제비쑥이라고도 함)(Ascoparia)도 인진으로 인정하고 있다. 뭔쑥이 이리많은지...(참고로 쑥은 분류하는 사람에 따라 30 ~ 80종에 이른다고 한다.)






'인진'이라는 이름의 연원


여러가지 쑥들을 인진이라 부르는 것으로 보아 '인진쑥'은 별도의 고유품종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진'이란 무슨 의미일까?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진 글을 아래에 소개한다.


이풍원, <이야기 본초강목>, <글샘>, 2003년, 345쪽  

중국의 어느 지방에 얼굴색은 마치 생강 같이 노랗고, 눈은 쑥 들어가고, 비쩍 마른 한 병자가 있었다. 그가 지팡이를 짚은 채로 힘들 게 명의 화타(華陀)를 찾아왔다. 

"의원님, 제 병을 고쳐주십시오."
화타가 보니 그가 황달에 걸려 있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황달을 치료하는 의원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저도 방법이 없군요."

병자는 화타마저도 치료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서 대단히 실망하여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저 죽기만을 기다리는 일밖에는 달리 아무런 방도가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병자는 그렇게 반년을 죽지 않고 보냈다. 화타가 길을 가다가 우연히 황달에 걸렸었던 병자를 다시 만났다. 그 병자는 오히려 얼굴색이 전보다 무척 좋아졌으며, 병은 완전히 나은 것 같았다.  화타는 놀라서 물었다. 

"당신의 병을 어느 의원이 치료했습니까?  저에게 알려 주십시오.  제가 그에게 가서 의술을 더 배워야겠습니다." 
"전에 선생님을 뵌 후로는 의원에게 찾아간 적이 없습니다.  자연적으로 나았습니다."
화타는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러면 어떤 약을 먹었습니까?"
"아무런 약도 안 먹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군요!" 
화타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그러자 그가 말을 이었다.

"초봄에 양식이 떨어져 산에 있는 풀을 뜯어 먹으며 살았지요." 
"맞아! 바로 그거야! 풀에는 약의 성분이 들어 있어서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이 치료된 것이요. 저에게 알려 주시겠습니까?  당신이 어떤 풀을 먹었고, 또 얼마나 먹었는지?"
"이름은 모르지만, 대충 한 달 가까이 먹었습니다." 

화타는 그가 도대체 어떤 풀을 먹었는지 알고 싶어 그와 동행하여 산에 올랐다. 산허리까지 가서 그 사람은 부근에 있는 풀을 가리켰다. 
"이것은 쑥이 아닌가?!  이것이 황달을 치료하는 풀이란 말인가?  그래, 이 풀을 캐다가 시험을 해보자!" 

화타는 황달에 걸린 환자에게 쑥을 복용하도록 하였다.  몇 번 복용하였지만, 병이 나아지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화타는 예의 황달병 환자가 약초를 잘못 알려준 것이 아닌가 싶어 다시 그를 방문했다. 

"당신이 정말 이 쑥을 먹었습니까?"
"맞아요! 바로 이 풀이에요.  틀림없어요."
그 사람은 확신했다.  화타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당신이 언제 쑥을 먹었지요?"
"음력 3월경이지요." 
"그렇군!  춘삼월에는 만물이 생기를 충만하게 받지, 맞아!  3월의 쑥이 효과가 있는 거야."

이듬해 봄이 되어 춘삼월에 화타는 쑥을 뜯어 황달 환자에게 복용시켰다. 
이번에는 효과가 매우 좋았다. 환자는 점점 병의 상태가 호전되었다. 이상한 것은 봄이 지난 쑥은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타는 쑥의 약효를 조사하기 위하여 매년 시험을 해보았다. 달마다 채집한 쑥의 뿌리, 줄기, 잎을 구분하여 보관하고 환자에게 복용시켰다.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새싹의 잎과 줄기가 황달을 치료하는 약이 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화타는 사람들에게 이를 구별시키기 위하여 새싹의 잎을 <인진(茵蔯)>이라 이름 지었다. 황달이 치료되지 않은 원인은 오래된 쑥이었기 때문에 이런 뜻의 <인진(因蔯)>에다 풀 초(艸)를 붙여 인진(茵蔯)으로 명명하였다. 화타는 이런 시를 지었다.
 
삼월적봉규인진(三月的蓬叫茵蔯) --  삼월의 쑥은 인진이라 부르고,
사월생적지시봉(四月生的只是蓬) --  사월에 생긴 것은 쑥이다.
희망후인요뢰기(希望後人要牢記) --  후세 사람들은 꼭 기억하길 바란다.
삼월적인진능치병(三月的茵蔯能治病) -- 삼월의 인진은 병을 치료하지만,
사월적봉지능당시소(四月的蓬只能當柴燒) -- 사월의 쑥은 단지 불쏘시개감이다.





인진쑥의 효능은?






화타의 이야기를 통해서 쑥도 여러가지이고, 또한
같은 쑥이라도 채취시기에 따라 그 차이가 무척 크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을 기준으로) 인진쑥으로 불리는 사철쑥은 옛날부터 민간에서는 황달 치료제로 널리 이용되었다.



한방에서는 간질환의 치료를 위해서 쓰이는데, 간이 안좋다고 해서 무작정 먹는 것은 말리고 싶다. 한의학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들을 정리한 <동의학사전>에는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매우 차다. 방광경, 비경, 위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습을 없애며, 소변을 잘 보게 한다."고 되어 있다.



손발과 배가 많이 차고 출산을 앞둔 여성의 인진쑥 복용 타당성 질문에 어떤 한의사가 한 답변은 "간질환의 원인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 병증이라도 원인에 따라 처방이 다르다는 것은 수긍이 가는 말이다. ( 답변 자세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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