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의 약효를 주장하면 약장사일까?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를 읽고..)


관심있는 것은 어딜가나 눈에 잘 띄인다.
아래의 사진은 속리산 중턱 한 자락을 지나다가 예뻐보여서 찍은 쑥 사진이다.  



쑥이 예뻐 보이다니...참...




침뜸과의 대화, 책의 내용이 좀...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책이 나왔다. 일전에 프레시안에 기고된 한의사의 구당폄하 칼럼을 보고 궁금증과 관심이 많이 가던 차라서 단번에 읽어 내렸다. 

대체로 수긍이 가는 주장들과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으며, 한의사와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구당, 그리고 또다른 대립의 한 측인 의사들의 입장도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은 저자인 이상호 기자가 질문하고 구당이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책의 내용 중에서 유독 걸리는 부분이 있다. 책 92쪽의 내용이다.

(질문) 일부 한의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쑥 성분이 몸속에 들어가서 작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체에 알맞은 온도 즉 63도의 낮은 발화점으로 인해 쑥을 쓴다는 말씀이시군요?

(답) 많은 사람들이 쑥 성분이 체내에 들어가서 병이 낫는 줄 아는데, 그건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쑥 성분이 많이 들어가라고 뜸을 크게 뜨기도 하는데, 절대 그럴 필요가 없어. 만일 약효가 중요하다면 뜸을 산삼으로 뜨지 왜 쑥으로 뜨겠어. ..... 쑥도 종류와 가공법에 따라 아주 다양한데, 얼마나 잘 말리고 불순물을 잘 정제하느냐에 따라 뜸을 뜰 때 더 편해질 수가 있어.

여태껏 뜸에서 중요한 요소는 '좋은 쑥, 올바른 혈자리, 마음, 지속적인 뜸' 등이라고 알고 있던 터라 다소 의외였다. 쑥은 단지 낮은 발화점때문에 쓰는 것일 뿐 쑥의 약효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좋은 쑥의 중요성을 체험하고 있는 나로서는 수긍하기 힘들었다.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인산은 그의 저서 중 하나인 <신약본초>에서 다음과 같이 좋은 약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산은 분명 약쑥의 효능을 강조하고 있으며, 또한 강한 온도에서 오는 화력도 강조한다. 인산이 강조하는 뜸(영구법)에서는 온도가 높고 뜸장이 커서 시간이 오랠수록 효능이 좋다고 한다. 뜸장의 크기나 온도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것은 구당의 뜸법인 반미립대뜸과는 다른 뜸법이라서 그럴수도 있다지만 정작 뜸의 재료인 쑥 자체에 대한 평가도 이렇게 다르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인산은 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강화도 싸주아리쑥을 신비의 약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쑥 중에서 강화쑥이 좋다는 것은 비단 인산 혼자만의 주장은 아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강화의 토산품으로 “사자족애” (獅子足艾)가 기록되어 있으며, 『방약합편(方藥合編)』에는 약쑥(艾葉)을 “사자발쑥”으로 기재하고있다. 또한 조선시대부터 강화도 쑥은 특산품으로 중앙 정부의 6조 중 호부에 납품되었다고 하는데 전국 방방곡곡 지천에 깔려있는 쑥 중에서 뭔가 달라도 다르니 납품되었던 것이 아닐까?





감정촉발로 소문을 노리는 노이즈마케팅




<침뜸과의 대화>의 저자는 뜸뜰 때 쑥의 효능에 대해 책98쪽에서 또한 아래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뜸술의 재료인 쑥과 치료 효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있을까? 뜸술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구당은 '상관없다'고 잘라 말한다. 약쑥이 몸에 좋은 여러 가지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뜸술에 사용하는 쑥은 약 성분 때문이 아니라 단지 다른 식물 재료에 비해 타들어갈 때의 온도가 가장 낮기 때문에 선택된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달리 일부 한의사들은 쑥이 타들어가면서 쑥 속에 함유된 양질의 생약 성분이 피부에 흡수되어 체내에서 치료 작용을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뜸술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쑥에 존재하는 어떤 성분이 어떻게 흡수되어 어떤 치료기전을 통해 어떻게 병증을 고치는 것인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구당이 입버릇처럼 충고하듯 약장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며, 의사들이 비판하듯 생체에 대한 기초해부학적 이해조차 결여된 반쪽짜리 의사라는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뜸에서 쑥의 중요성과 효과를 주장하는 것은 (구당이 상관없다고 말했으므로) 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고, 과학적 설명을 할 수 없다면 약장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과학적 설명을 할 수 없다면 의사들이 비판하듯이 기초해부학도 모르는 반쪽짜리 의사(한의사들을 지칭함)라는 것이다.

한의사와 구당의 대립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며 이미 소송이라는 법적 대응 단계까지 와있다는 것을 안다. 누가 먼저 이런 식의 모욕적 발언을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위의 표현도 당사자들의 감정을 격발시키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저자의 인식에는 뜸에 관한한 구당이 '절대 기준'인 듯 하다. 따라서 구당의 주장과 다른 주장은 일종의 사이비 취급을 하고 있으며, '절대기준'인 구당조차도 할 수 없는 '엄격'한 서양의 자연과학적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수천년간 완성된 체계로 자리잡은 동양의학을 서양의 근대자연과학적 기준과 용어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 가치를 무시할 어떠한 권한도 지금의 근대자연과학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강화농업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3년 이상 건조된 강화약쑥>


책의 저자는 뜸의 치료기전을 두 가지로 '과학적'설명을 한다. 첫째는 항원항체반응에 따른 단백분해산물의 생성과 작용, 둘째는 온열 자극의 작용과정과 치료 메커니즘이다. 단백분해산물의 생성과 작용에 관한 이론으로 비특이적 단백요법, 자가면역반응 이론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온열치료작용을 설명하는 이론들로 내분비계 기전설, 체액 기전설, 피부흡수설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뜸자체의 미흡함이 아닌 서양과학적 설명의 미흡함을 저자 자신도 책 115쪽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이 두 가지(뜸의 치료기전)를 동양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현상적인 설명 외에 과학적 의문을 충족시켜줄 만한 설명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 뜸술의 치료기전에 대한 설명은 서양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이뤄져왔으며, 면역학과 생물학적 연구를 통한 규명이 진행되고 있다.

침과 뜸의 치료 효과를 서양 과학의 방법론에 따라 접근해보려는 시도는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다. 하지만 침과 뜸의 일반적 치료 현상에 대한 원칙적 접근일 뿐 아직 침과 뜸의 방대한 치료 효과에 대한 체계적이며 전체적인 설명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의사(한의사 포함)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존재한다. 치료의 의학적 근거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 근거가 꼭 서양의 '근대'자연과학적 설명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아직 양자론적 시각과 설명은 '근대'자연과학의 입장에서 충분히 수용하고 있지는 않는듯 하다.


더구나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질병이 치료되는 '현상'이 중요한 것이지 무엇이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치료효과를 가져오는 것인지에 대한 (동양의학적 설명은 배척된 채) 유독 서양 '근대'과학적 설명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윗글에서 저자도 '침과 뜸의 방대한 치료 효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과학적 설명이 부족하지만 침뜸의 효능은 인정하고 있지 않는가? 뜸의 치료기전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부족하지만 엄연히 뜸의 효능이 있음을 믿는 것처럼 쑥의 치료 효능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부족하지만 쑥의 효능이 있음을 믿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는 이렇다



많은 재료들 중에서 유독 쑥으로만 뜸을 뜨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63도의 낮은 발화점이라는 것은 쌀알 반톨만하게 뜸뜰 때 이야기이며, 같은 약쑥을 좀 더 크게 만들면 200~300도 까지도 온도가 올라간다.

'63도의 낮은 발화점'이란 말이 63도에 불이 붙는다는 것인지 아니면 불이 붙었을 때 63도 까지 밖에 안올라간다는 말인지 분명하지는 않다.

어쨌든 쑥의 효능과 관련해서 '효능이 있다'는 주장이 엄격한 과학적 근거를 필요한다면 '쑥의 효능이 없다'는 주장도 그와 마찬가지의 엄격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더구나 남들이 대부분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없다'고 단정하면서 "만일 ~있다면, 왜~하겠어." 식의 근거는 납득이 가지않는 일이다.


 
<3년 묵은 강화약쑥(좌)과 츨처를 알 수 없는 나쁜 쑥(우)>

뜸뜰 때 몸에 올려놓는 약쑥에는 좋은 쑥과 나쁜 쑥이 있다. 위 사진 오른 쪽의 쑥은 인터넷으로 구입한 지 7~8년은 된 쑥인데, 말은 국내산이라고 해서 구입했으나 악취와 함께 색이 거무튀튀하며 검은 가루가 쏟아진다.

쑥을 고를 때는 특히 국내산인지 중국산인지 따져봐야 하며 잘못하면 온갖 독성의 농약을 몸으로 취하는 셈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뜸용으로 쓰는 쑥뿐만 아니라 좌욕이나 특히 좌훈용 쑥도 주의를 필요로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좌훈기를 사면 곁에 껴주는 쑥으로 습식좌훈을 하고 집사람이 고생했던 경우를 당했던 일, 강화쑥이라고 해서 구입했지만 전혀 좋지않은 쑥임을 체험으로 알게 된 일 등은 쑥에 대해 몰랐었던 때의 일이다. '백문이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라고 했던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살면서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랑을 베풀면서 사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하물며 절망스럽고 끔찍한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로 부터 그 고통을 덜어주는 덕을 베푼다면 그것만으로도 존경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구당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그 분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베푼 '의(醫)'의 덕(德)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도 모든 부분에 완벽하기는 어려운 일이며, 오히려 그러기를 바라는 주변 사람들의 맹목이 또다른 잘못된 편견을 낳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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