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된 쑥을 찾다.



추석때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식사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무래도 제가 쑥에 대해 관심이 많은 터라 자연스레 쑥뜸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찰라

"여기도 쑥 있어."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엥? 그럴리가..."





어머니는 쑥뜸을 모르셨으니 제가 가져다 드리지 않고서는 쑥이 있을리 없었는데...
저는 어머니께 쑥을 드린 적이 없었거든요.

어리둥절한 저에게 어머니는 장농에서 봉투를 꺼내 오셨습니다.
아뿔사~

이건 제가 처음에 영구법으로 뜸을 떴을 때 쓰고 남았던 쑥이었습니다.
93년도의 일이죠.




당시 인산 김일훈선생님의 저서『신약』을 출판했던 출판사 '광제원'에 전화를 걸어 종로에 나가서 직접 구했던 싸주아리쑥으로 봉투를 보니 기억이 났습니다.



봉투를 열어 속안을 확인해보니 보관상태는 매우 양호했습니다. 냄새는 미약하지만 아주 은은하고 깊은 향이 남아있었습니다.


꺼내서 손으로 입자를 확인하였습니다. 쓸만했습니다.
햇수를 따져보니 17년이 된 쑥입니다. 쓰고남은 쑥이라 양이 얼마 안되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17년된 쑥을 찾았으니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작년에 집사람에게 떠주었던 16년된 쑥의 효능을 톡톡히 보았던지라 한없이~한없이 기뻤습니다. 돈주고도 구할 수 없는 17년된 쑥은 집사람에게 쓸겁니다. 이번에는 영구법을 행할 것입니다. 양이 많지 않기때문에 처음에 자리잡을 때 쓰고, 자리잡고 난 후에는 잎뜸쑥으로 밀어부칠 계획입니다.

자식이 쓰고남은 쑥도 함부로 하지 않으시고 보관해오셨던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이런 기쁨은 없었겠지요. 다시금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댓글(6)

  • 2009.10.14 17:16

    쑥뜸도 오래된것이 더좋은건가요?
    제가 잘몰라서요.. 그냥 나물같은거는 계절별 나올때가 먹기엔 가장 맛있는데.. 쑥뜸은 오래묵힐수록 좋은건가해서요?

    • 2009.10.14 17:40 신고

      7년된 병에는 3년묵은 쑥을 쓰라는 말이 맹자에 있다고 합니다. 약쑥은 최소한 3년이상 묵은 쑥이어야 하는데 오래될수록 좋거든요. 10년이 넘어가는 쑥은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믿을수도 없구요. 포도주나 양주도 오래될수록 좋다고하잖아요. 아 친구도 그렇죠?^^

  • 2009.10.14 20:20

    어머님 사랑에 같이 감동받습니다.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해두셨군요. -.ㅜ

    • 2009.10.14 23:40 신고

      원래 뭐든 잘 버리시는 분인데...자식 물건은 하나도 버리시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역시 갚지못할 사랑인 것 같습니다.

  • 2010.11.05 09:54

    블로그에 올려진 글이 하나하나 다 귀합니다.
    아내에게 그리고 어머니께도 뜸을 떠 주시는 것도 부럽습니다.
    얼마전에 외할머니께서 손가락 살이 다 빠져서
    반지를 제게 주셨는데,
    저도 할머니께 뜸을 떠 줄 수 있는 손녀였으면 좋겠습니다.

    인산의학에 관심있습니다.
    또 오겠습니다.

    • 2011.07.16 14:26 신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으름을 피우다 일주일 쯤 지나서 댓글을 확인했었는데,
      답글을 달기에 시간이 너무 흘렀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못달았는데요...

      이제와서 보니까
      제가 만들어 놓은 굴레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할머님을 생각하시는 것 자체가 벌써 효녀이십니다.^^

      뒤늦은 댓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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